삼수생으로 같은 학번들 보다는 일찍 군대를 갔다와야 했던 털털한 성격의 모형은 어차피 자기랑 비슷한 털털한 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라 나이 어린 사람들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세상을 모른다는 식이며 그들의 시선엔 아랑곳 하지 않는 척 했다. 그래도 삼수생이면 야자하지 않는 게 당시 예의이긴 했으나, 나이 어린 동기들이야 은근히 똑똑치 못하니 삼수했지하는게 있긴 하다. 아무튼 이 형왈 군대얘기 중 임관한 장교들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는 이런 거였다.

"권총, 그건 자살용이다."

"학교에서 배운 것만 안다."

 

말을 마치면 으레 "으허허허허"하는 달관한 듯하면서 약간 니들이 뭘 알아 식의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웃음으로 끝을 내는데 웃음 자체는 기분 나쁘기 보다는 오히려 정감이 가는 그런 것이었다. 나름 명문대생이면서도 명문대생의 지적 분위기는 하나도 느낄 수 없는 아주 텉털한 성격의 모형.

 

 

Posted by 퇴마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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